담원은 쟁쟁한 경쟁 상대들을 연파하면서 결승 티켓을 손에 넣었다. 16강 B조에 편성된 담원은 LPL 2번 시드인 징동 게이밍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5승1패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8강에 진출했고 LCK 2번 시드인 DRX를 3대0으로 잡아냈다. 4강에서 지난 대회 8강에서 만나 탈락의 아픔을 선사했던 유럽 1번 시드인 G2 e스포츠를 상대한 담원은 3대1로 승리했고 이 과정에서 19분 3초만에 넥서스를 파괴하는 놀라운 공격력을 보여주며 우승 후보라고 불리는 이유를 입증하기도 했다.
롤드컵 결승전이 담원과 쑤닝의 매치업으로 결정된 순간 톱 라이너들의 맞대결에 의해 우승팀이 가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 정도로 두 팀에서 톱 라이너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담원의 톱 라이너 '너구리' 장하권은 이번 롤드컵을 통해 다재다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16강 조별 풀리그에서 룰루와 케넨 등 다른 선수들이 잘 쓰지 않았던 챔피언을 선보이면서 담원이 스타일을 다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던 장하권은 DRX와의 8강전에서는 오른을 2, 3세트에 사용해 승리하면서 탱커형 챔피언도 잘 다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G2와의 대결에서 피오라를 꺼냈다가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패배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장하권은 갱플랭크와 룰루, 세트로는 1데스밖에 당하지 않으면서 맹위를 떨쳤다.
'Bin' 첸제빈을 대표하는 챔피언은 잭스와 갱플랭크다. 16강 초반 리퀴드, 마치 e스포츠와의 대결에서 잭스를 연달아 꺼내면서 볼리베어와 쉔을 상대로 선전한 첸제빈은 톱 e스포츠(이하 TES)와의 4강전 3, 4세트에서 잭스를 다시 선보이면서 팀 승리를 주도했다. 두 세트 모두 40분이 넘는 장기전이었음을 감안하면 잭스가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챔피언이라는 평가도 불식시켰다. 첸제빈이 잘 다루는 또 하나의 챔피언은 갱플랭크다. 8강에서 징동을 상대할 때 1세트부터 3세트까지 연달아 갱플랭크로 플레이한 첸제빈은 상당히 많은 데스를 기록했지만 포탄 세례를 활용해 팀플레이에 최적화된 스킬 사용법을 보여준 바 있다.
세부 데이터를 보면 장하권이 첸제빈에게 뒤처진다고 볼 수도 있다. 3.43의 KDA(킬과 어시스트를 더한 뒤 데스로 나눈 수치)는 첸제빈의 4.1보다 0.7 가량 낮고 골드 획득량, 미니언 사냥 횟수, 분당 대미지에서는 분명 수치가 낮다. 하지만 장하권이 첸제빈보다 치른 경기 시간과 숫자가 적다는 점, 심각하게 집중 공략을 당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치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장하권의 장점은 상대방의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도 제 몫을 다해준다는 사실이다. 장하권의 성장을 저지하기 위해 상단을 연신 노렸던 팀들 중에 실효를 거둔 적은 단 두 번 뿐으로, 징동과 G2가 한 번씩 경험했다. 당시 장하권은 세트와 피오라로 각각 7데스씩 기록했다. 이외의 경기에서 장하권은 쓰러지지 않았고 오히려 장하권이 당할 때 다른 선수들이 성장하며 결과적으로는 담원이 승리했다.
첸제빈은 스플릿 푸시에 강한 스타일이다. 잭스와 갱플랭크 등으로 초반 라인전을 버텨낸 뒤 스플릿 푸시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능력이 발군이다. 잭스와 갱플랭크가 금지되더라도 카밀도 상당히 잘 다루기에 첸제빈의 플레이 스타일은 결승전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롤드컵처럼 정글러 싸움이 주목을 받은 대회는 거의 없었다. 4강에 올라온 팀들 모두 피지컬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특색을 갖춘 정글러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이 협곡을 장악하면서 팀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원의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는 그레이브즈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원이 소화한 13세트 가운데 김건부는 그레이브즈로 9세트를 치렀고 7승2패라는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김건부는 그레이브즈로 운영하는 법을 아는 선수다. 라이너가 죽거나 자리를 비우면 라인으로 합류해 미니언을 챙기면서 성장, 가공할 공격력을 갖추면서 후반에 화력의 한 축을 맡아주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김건부의 KDA다. 경기당 5킬 6어시스트를 기록한 김건부는 1.38데스밖에 당하지 않으면서 8.11이라는 엄청난 KDA 수치를 기록했다. 킬 참여율 또한 70.1%로 쑤닝의 정글러 'SofM' 르쾅두이보다 4% 가량 높다.
'SofM' 르쾅두이는 베트남 출신으로 처음 롤드컵 결승전에 출전한 선수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찌감치 LPL로 넘어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압도적인 피지컬 능력과 공격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르쾅두이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가능성을 성과로 만들어냈다.
르쾅두이 또한 그레이브즈를 많이 사용했다. 16강에 치른 7세트 가운데 3개 세트를 그레이브즈로 치렀고 징동과의 8강전 1, 2세트에서도 그레이브즈를 꺼내 1승1패를 기록했다. 8강 3, 4세트와 4강 2세트에서는 킨드레드를 가져간 르쾅두이는 상대 진영으로 치고 들어가서 화력을 퍼부은 뒤 양의 안식처를 절묘하게 사용하면서 독특한 방식의 이니시에이팅을 선보이기도 했다. 4강 3, 4세트에서는 쉔과 자르반 4세로 좋은 활약을 펼친 르쾅두이는 김건부보다 많은 챔피언을 사용하면서 쑤닝의 밴픽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담원의 미드 라이너 '쇼메이커' 허수는 이번 롤드컵에서 대유행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활용한 합류 싸움의 모범을 보여준 선수다. 이번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서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80.6%의 밴픽률을 보이면서 톱5 안에 들었다. 9승7패로 성적이 빼어나게 좋지는 않지만 허수의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5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허수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진면목을 발휘한 경기는 G2와의 4강전이었다. 상대 미드 라이너 'Caps' 라스무스 빈테르가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사일러스로 젠지 e스포츠를 꺾고 4강에 올라왔지만 허수는 1, 4세트에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가져가면서 빈테르의 사일러스를 연파하며 팀을 결승에 올려 놓았다. 허수는 초반 라인전부터 상대를 압박하면서 우위를 점했고 궁극기인 운명을 쓸 수 있는 타이밍이 오면 한 발 먼저 전장에 합류하며 킬과 어시스트를 챙기는 기민함을 보여줬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사용했을 때 허수의 KDA는 17이다.
허수의 세컨드 카드는 신드라다. 16강 PSG 탈론, 8강 DRX, 4강 G2와의 경기에서 각각 한 번씩 신드라를 사용한 허수는 모두 승리했고 KDA 10을 기록했다. 허수의 신드라는 LCK 서머 결승전에서도 2전 전승을 만들어낸 전력도 있다.
쑤닝의 미드 라이너 'Angel' 시앙타오는 신드라와 조이, 갈리오를 두루 사용하면서 허수와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라인전과 대규모 교전에서 상대에게 큰 대미지를 입히는 플레이 스타일을 선호한다.
롤드컵에서 세 챔피언을 사용했을 때의 성적은 갈리오 2승1패, 신드라와 조이 2승1패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눈에 띄는 챔피언은 조이다. TES와의 4강전 2세트에서는 조이를 썼다가 5번이나 죽으면서 패배하기도 했지만 징동과의 8강전 2, 4세트에서 꺼낸 시앙타오는 조이의 통통별로 상대 체력을 빼놓으면서 두 세트 합쳐 26개의 어시스트를 만들어냈다.
조이를 필두로 신드라와 갈리오를 돌아가며 쓰던 시앙타오는 간간히 아칼리를 꺼내기도 하는데 상당히 위력적이다. G2와의 1위 결정전과 TES와의 4강전 마지막 세트에서 아칼리로 엄청난 화력을 퍼부었기에 담원 입장에서는 견제해야 할 챔피언이다.
담원의 원거리 딜러 '고스트' 장용준은 팀의 균형을 맞춰주는 존재다. 서포터 '베릴' 조건희가 라인전에 치중하기 보다는 돌아다니면서 변수를 만드는 스타일이기에 장용준 홀로 라인에 서있는 경우가 많고 어쩔 수 없이 몸을 사려야 할 때도 있다. 챔피언 또한 애쉬(3승1패)와 세나(2승)를 자주 가져가면서 포탑을 끼고 수비적으로 임할 때 효과가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장용준이 마냥 수비만 하는 선수는 아니다. 상대가 원거리 딜러만 홀로 남겨 놓았을 때에는 과감하게 파고 들었고 이번 대회에서만 세 번이나 솔로킬을 따낸 바 있다.
장용준은 진으로 플레이했을 때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징동, PSG 탈론과의 16강전, DRX와의 8강전 1세트, G2와의 4강전 1세트 등 네 번 사용해서 모두 승리했다. 주목할 점은 이동 스킬이 없는 진으로 플레이하면서도 장용준은 두 번 밖에 죽지 않았는 사실이다.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잘 알고 있고 라인전에서도 사릴 때와 싸울 때를 안다는 뜻이다.
장용준과 경쟁하는 'huanfeng' 탕후안펭은 이즈리얼의 달인이다. LPL 서머 포스트 시즌과 지역 대표 선발전에서 LGD 게이밍을 상대할 때 이즈리얼로 맹위를 떨친 바 있고 이번 롤드컵에서도 마치 e스포츠, G2와의 16강전에서 승리했다. 이즈리얼을 잘 다룬다고 전세계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경기는 뭐니뭐니해도 TES와의 4강전이었다. 탕후안펭이 이즈리얼로 플레이한 1, 3, 4세트 모두 팀이 승리하면서 이즈리얼의 화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탕후안펭이 이즈리얼로 폭발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무리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평가도 있다. TES와의 4세트에서 탕후안펭은 앞으로 비전 이동을 쓰면서 밀고 들어갔다가 TES에게 되치기를 당해서 네 번이나 잡혔다. 시앙타오의 아칼리가 엄청나게 성장한 상황이서 승패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좋지 않은 의미의 폭발력도 갖고 있는 선수다.
이즈리얼 이외에 탕후안펭이 잘 다룬 챔피언은 진이다. 4승1패를 기록하면서 장용준에 필적할 만한 성과를 냈고 세 번째 카드인 애쉬로는 1승1패를 기록했다.
담원의 서포터 '베릴' 조건희는 이번 롤드컵에서 레오나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16강에서 두 번, 8강에서 1번, 4강에서 두 번 사용하면서 무려 5번이나 레오나를 꺼낸 조건희는 모두 승리했다. 레오나가 몸이 먼저 들어가는 챔피언임에도 불구하고 조건희는 3번 이상 죽은 적이 없을 정도로 레오나로 치고 빠지는 법을 알고 있다. G2와의 1, 3세트에서 승리할 때 몇 번의 위기가 있었음에도 흑점 폭발과 천공의 검 타이밍을 완벽하게 조율하면서 자신도 살고 팀이 교전에서 승리하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롤드컵에서 레오나를 가장 많이 사용했지만 조건희는 판테온 서포터의 원조이기도 하다. 라인전에 치중하기 보다는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중단 혹은 상단으로 이동해 킬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발휘하면서 정글러처럼 움직이는 서포터라는 뜻으로 '정포터'라고 불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판테온을 두 번 꺼내 모두 승리하기도 했다.
쑤닝의 서포터 'SwordArt' 후슈오치에는 싸움을 여는 능력과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좋은 선수로 알려져 있다. 조건희와 마찬가지로 레오나를 5번 선택해 모두 승리하기도 했다.
후슈오치에가 조건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드로 상대를 흔드는 능력이다. 마치 e스포츠와의 16강전 모두 바드를 가져가면서 맹활약한 후슈오치에는 G2전에서도 바드로 세나를 상대하면서 13개의 어시스트를 만들어냈다. 징동과의 8강전 3세트에서도 판테온을 상대로 바드로 플레이하면서 11개의 어시스트를 따낸 바 있다. 후슈오치에가 바드를 가져갔을 때 쑤닝은 전령을 상대에게 내주는 플레이를 자주 펼쳤다. 바드의 운명의 소용돌이로 포탑을 얼릴 수 있기에 상대가 전령을 소환할 타이밍에 맞춰 궁극기를 사용, 상대방을 허무하게 만드는 플레이에 능하다.
후슈오치에의 바드는 상대가 레오나를 가져갔을 때 두 번 막혔다. 징동과의 1세트와 TES와의 2세트에서 상대가 레오나를 가져갔을 때 후슈오치에의 바드가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졌기에 담원은 밴픽 과정에서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그래픽 자료=QWER.G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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